신체적 탄생 VS 심리적 탄생
수정란이 자궁 내막에 뿌리를 내리면 난자 23개의 염색체와 정자 23개의 염색체가 합쳐진
하나의 생명체로서 분열을 시작한다. 태아는 모체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아 성장하고, 만 9개월이 지나면 출생하여 첫 울음을 터트리는데 이때 우리는 아기의 신체적 탄생을 축하해준다.
심리적 탄생이란 말러의 발달단계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마가렛 말러(Margaret Mahler)는 헝가리 출신의 의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 분석학자이다. 유아의 언어사용기 이전의 내면의 심리경험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아동의 정신증 및 아동과 엄마의 행동을 심층적으로 관찰, 연구하였다.
출생 후 만 36개월 동안의 시간에 걸쳐 아기는 발달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을 말러는 분리개별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태어난 아기는 엄마와 융합되어 있는데 융합에서 벗어나는 것을 분리라고 하며, 개별화는 자기 자신의 개별성을 찾는 것, 독립에 대한 의지이다. 분리와 개별화는 별개의 발달과정이지만 서로 보완적이다.
아기는 엄마와의 공생적 관계에서 엄마에게 벗어나 독립된 존재로 거듭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탄생이 이루어진다. 1960년부터 1975년까지 그녀는 관찰 연구를 통해 분리 개별화의 발생을 입증하였고 대상관계이론의 발달적 측면에서 어머니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가장 명확히 밝히면서 유아의 초기 애착의 심리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아동 발달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에 기여하였다.
말러는 심리적 탄생과 신체적 탄생의 시기는 다르며, 심리적 탄생은 유아의 생후 3년(-36개월) 동안 이루어지며, 신체적 탄생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보았다. 신체는 엄마의 태내에서 안전하게 성장하지만 심리적 탄생은 태어나 성장하는 환경에 따라 개인적인 차이가 많이 있기 때문에 양육자의 돌봄 제공이 심리적 탄생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한다. 즉 수정란이 성장하여 출생하기까지의 신체적 탄생보다 심리적 탄생 과정이 4배나 더 긴 기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며, 이 과정에서 발달상의 문제가 생겼을 경우 평생 동안 심리적인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초기의 발달 경험이 성장 후의 심리적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대상관계이론은 현재의 인간관계가 과거에 형성된 인간관계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으로 유아의 만 3세 이전의 경험에 관심을 갖는다. 이 시기의 아이에게 있어 주된 관심사는 자기 자신과 주양육자와의 관계이다.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아이가 마음속에 가지게 되는 경험들의 흔적이 이후에 발달이나 특성, 성격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대상관계이론가들은 인간을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관계를 맺고 유지하려는 욕구가 주된 동기인 존재로 생각한다(Fairbaim,1954). 프로이드 이후 정신분석학 안에서 발전한 이론들 중 하나인 대상관계이론은 성장과정에서 만나는 주요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표상을 형성하며, 이렇게 내면화된 표상들이 심리적 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대상관계이론의 주 학자인 위니컷과 말러는 발달단계 이론을 통해 신생아의 초기 발달과정을 설명하였다. 위니컷의 절대적 의존기(0-6개월)에 해당하는 말러의 심리적 탄생 단계는 출생 직후부터 2개월까지 엄마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상 자폐적 단계와 정상 공생기(2-6개월)로 나누었다.
정상 자페적 단계에서 엄마와의 안정된 공생관계를 형성하는데 실패할 경우, 분리-개별화의 단계로 성장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보았다. 정상 공생기 시기에는 엄마와 아이의 경계가 없으며 딱 눌러 붙어 있는 단계로 주 양육자는 수유문제, 수면장애, 24시간 돌봄의 상황에 지치게 된다. 유아의 공생이 기쁨과 친밀감을 제공하지만 자신의 자율성을 방해한다고 느끼기도 하는 시기이다.
위니컷의 상대적 의존기(6-24개월)에 해당하는 말러의 심리적 탄생 단계는 분리개별화 단계(6-24개월)이다. 말러는 분리개별화 시기인 6개월에서 24개월 사이를 부화(6-10개월), 연습(10-16개월), 재접근(16-24개월)의 3단계의 세부단계가 나누었다.
이때 유아는 독립하고 싶은 마음과 엄마에게 계속 의존하고 싶은 마음의 복잡한 양가감정을 느끼게 된다. 주로 까꿍 놀이와 잡기 놀이에 관심을 보이는데 놀이를 통해 엄마로부터 다가갔다 멀어졌다 하며 거리를 조절하는 능력을 배우며, 엄마에 대한 신뢰를 확립한다. 아이는 공생욕구를 느낄 때 엄마에게 치대며 안으라고 했다가, 다시 독립욕구로 인해 엄마를 밀쳐내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것은 굉장히 복잡한 양가감정으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머뭇거림, 엄마를 따라다니거나 피하는 행동을 번갈아 한다.
이때 부모 자신이 분리개별화의 문제가 있었던 경우라면 아이의 독립을 키우는 연습 행동과 분리개별화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 재접근기(16-24개월) 시기는 분리개별화를 완성하는 단계로. 재접근기는 유아나 부모 모두에게 굉장히 힘든 시기이다. 이시기에 어려움을 가진 아이는 후에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이 되었을 때에 심리적인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균형 잡히고 통합된 시각으로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기
발달단계 이론의 마지막 단계인 대상항상성(24-36개월 이후)시기에는 분리 불안이 극복되고 양가감정이 통합되면서 대상항상성이 확립된다. 대상항상성이란 어떤 사람이 곁에 없더라도, 중요한 정서적 애착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에도 그 사람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 사람에 관한 안정되고 정확한 표상을 유지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대상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내면에서 기억하면서 견딜 수 있다. 대상항상성이 잘 발달된 유아는 동일 대상에 대한 유쾌한 감정과 불쾌한 감정을 통합하여 인식하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이것은 정서와 관련이 있으며 차분한 상태에서 숨겨놓은 장난감을 기억해 내거나 화가 나도 엄마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 내는 복잡하고 어려운 능력이다.
대상항상성은 24-36개월 사이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평생 지속되는 과정이다. 생애 주기마다 재작업이 필요한데 대상 항상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할 경우 중독, 폭력, 불안에 더욱 취약해진다. 대상관계 관점에서 “나는 관계를 시작하거나 끝내는 방식에 어떤 일정한 패턴이 있는가?”, “어린 시절 경험과 정반대의 관계를 형성하려고 무모할 정도로 애쓰고 있는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타인들을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타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생각해본다(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 p33-34).
자기 자신과 타인이 ‘전부다 좋은’ 또는 ‘전부 다 나쁜’의 양극단을 오고 가는 것이 아닌 좀 더 균형 잡히고 통합된 시각으로 자신과 타인을 보는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그리하여 자기성찰 능력을 증진시키고 충동성을 낮추며 판단력을 높이고 현실검증력을 향상시키는 것(Gabbard, 2004)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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