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생일'

4월 30 업데이트됨



이종언 감독 / 전도연, 설경구 주연


슬픔과 애도에 대한 이야기

세월호로 아들을 떠나보낸 부모의 이야기.

한 번도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꺼내보지 못한 순남과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주지 못한 정일의 이야기.

몇 년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정일은 피치못할 사정으로 인해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지도 못하고, 수호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도 없고, 아내의 슬픔을 함께 하지도 못한 죄책감이 가득 한 채 천천히 가족에게로 다가온다. 그러한 정일이 원망스러운 순남과 그러한 부모의 슬픔가운데 너무 일찍 커버린 막내딸.

막내딸은 아빠를 알아보고 가까워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순남도 남편을 받아들이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족 모두 수호가 죽은 그 날에 멈춰 있다.

순간순간 터져 나오는 슬픔이 일상을 잡아먹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지금까지도 유난이라는 듯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임.

같은 슬픔을 공유한 그들 안에도 정일과 순남은 함께 할 수 없다.

오히려 아들을 쉽게 잊는 것은 아닐까. 아들의 죽음이 쉽게 다뤄지는 것은 아닐까.

순남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울 뿐이다.

막내딸이 유치원에서 바다로 체험활동을 가는 날.

순남을 대신해서 정일이 막내딸과 함께 바닷가로 가는데 막내딸은 쉽게 바다로 갈 수가 없다.

결국 바다는 딸이 감당할 수 있는 역치의 수준을 넘어서버리게 되버린다.

모든 아이들이 바다로 들어가고.... 딸과 함께 그 광경을 보는 정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새삼 궁금해졌다.

영화에서는 이들 가족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어떠한 친절한 도입도 없다.

단지.

슬픔을 다루지 못한 순남과 정일의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내게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상담현장에서 슬픔과 그에 대한 애도 작업은 특수한 분야이며 중요한 작업으로 일컬어진다.

슬픔과 애도는 ,

이론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상실에 따르는 외부관계의 재설정으로 상실관계는 떠나보내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내면심리의 재구조화로 상실관계는 상징화되고 사별한 사람을 정신적으로 내면화하는 두 가지 기능으로 구성된다.

애도는

분리와 동일시라는 상반되면서도 서로 보완적인 두 개의 과정을 구성하는데, 분리는 고인과의 유대관계를 느슨하게 하는 것이며, 동일시는 우리 자신의 일부로 만듦으로 영원히 고인의 어떤 측면을 유지하는 것이다. (Furman, 1984)

Elizabeth Kubler-Ross는 죽음과 죽는 것이라는 연구에서 이와 같이 단계를 구분하였다.

1단계 : 부인과 고립 : 또는 ‘아니야, 내가 아니야’

2단계 : 분노 : 또는 ‘왜 나지’

3단계 : 협상 : 또는 ‘그래, 나야…하지만’

4단계 : 우울 : 또는 ‘그래 나야’

5단계 : 수용 : 또는 ‘그래 나야, 나는 준비되어 있어’

영화 속 정일과 순남은 어디쯤 머물러 있는 걸까

수호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슬픔의 양상이나 애도과정은 정일과 순남은 영화 속에서 다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정일은 죄책감으로, 순남은 분노로.

슬픔을 슬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엇으로 인함 인걸까. 수호와의 이별은 이들에게는 병리적이었고 정상적이지 않았고 급작스러운 천재지변과도 같았다.

Bowlby(1963)는 병리적 사별은 죽음의 유형, 죽음의 영향, 아동의 발달적 성숙, 정서적 성숙 정도, 죽은 양육자나 부모에게 아동이 의존한 정도, 생존해 있는 양육자의 능력과 지원의 질적인 정도, 주체의 성격, 유의미한 상실 이전의 역사와 경험과 이로 인한 해결, 고인과의 관계의 본질, 주체에 대한 삶에 대한 스트레스, 주체의 전반적인 의학적 상태와 건강상태, 주체의 상실에 대한 유의미함 등에 의해 달라진다고 하였다.

또한

Zisook(1995)은 만성적, 비대한, 지연된 슬픔의 3가지 패턴을 분류하였다.

가장 일반적이고 만성적인 슬픔은 끊임없는 스트레스로 정의되었는데 고인에 대한 슬픔이나 이상화가 강조되었다. 유족과 고인의 관계가 매우 친밀하거나 양가적이었을 때, 의존적인 성향이거나 사회적 지지가 부족하고 필요한 기간 동안 슬픔을 나누는 것을 친구나 친척이 할 수 없을 때 만성적인 슬픔이 일어난다. 대개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에 대부분 큰 슬픔을 보인다. 이 때 사별 반응은 극단적인 긴장이다. 관습적인 대처 전략은 불안을 완화시키는데 비효과적이며 철회가 빈번하다. 지연된 슬픔이란 한 사람이 정상적으로 민감한 애도에 대한 명백한 사인이나 징후를 발견 하기를 기대할 때 부재된 슬픔이나 억압된 슬픔을 말한다. 이런 경우 부인이 연장되며 분노나 죄의식이 그 과정을 복잡하게 한다.

수호의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은

순남에게 삶을 뒤흔드는 슬픔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것을 다루지 못한 채 흘러가는 일상에서의 순남의 관습적인 대처 전략은 오히려 순남에게 비효과적이며 빈번한 철회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와 더불어 애도에 대한 명백한 사인이나 징후를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유족들의 부재된 슬픔과 억압된 슬픔이 동반되므로 인해 정일과 순남은 죄의식과 분노감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알거라고, 이해할 거라고 묵인되고 암묵적으로 지나가는 슬픔이 지나가는 자리는 깊은 상처가 새겨지고.

유가족들의 모임에서 새로운 제안을 받는 순남의 가족.

애도과정이 필요한 이유가, 애도과정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영화에서는 펼친다.

궁금하다면, 영화를 시청할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2020. 1. 3.

영화이야기꾼 파이상담사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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