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동전사 행진곡: 히키코모리, 뜻밖의 외출 ]
◾ 감독: 신민주
◾ 출연: 류준열
❙ 영화 소개
2018년 5월 31일 개봉된 [기동전사 행진곡: 히키코모리, 뜻밖의 외출]은 신민주 감독의 단편영화이다. 당시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2학년 영화제작 워크샵 작품으로 러닝타임은 10분 정도이다. 작품성은 높지만 상업 영화에 밀려 상영의 기회조차 없는 영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픽코드필름(Picord Film)에서는 현재 유튜브나 네이버tv를 채널을 통해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 주인공 류준열은 1986년 생으로 수원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이며, 2006년 연극 활동과 2012년 단편 영화 [NOWHERE]에 출연하면서 연기활동을 시작하였다. 이 영화에서 류준열은 주인공이며 히키코모리로 나온다.
현동은 히키코모리다. 유일한 그의 공간인 집에서 건담을 조립하고 진열하는 낙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택배 아저씨가 문 옆에 놓고 가버린 건담 프라모델을 사수하기 위하여 큰 결심을 하고 문밖을 나서게 된다. 그때 마침 현관문이 쾅! 하고 닫혀버린다. 비밀번호도 생각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며 낯선 공간인 세상 속에 갇혀버린다. 그리고 그는 열쇠 집을 찾기 머나먼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1. 현동은 종일 집에서만 틀어박혀 히키코모리이다.
경쾌한 피아노 음악이 나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음악은 가볍지만 방안은 묵직하고 답답한 느낌이 든다. 정리가 되지 않아 우르르 쏟아져 내린 책들과 플라스틱 병들이 자리를 잡고 누워있다. 누군가 책상에 앉아있다. 화면이 바뀌면서 건담 피규어들이 보인다. 현동은 책상에 앉아 조립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잠에 빠져 손에 쥔 조각 하나를 떨어뜨린다. 그 시간 그의 핸드폰이 울린다. 문자가 왔다. “주문하신 <PG 스크라이크 프리덤 건담> 내일 배송될 예정입니다.”
다음 날, 아파트 복도 끝에서 택배 아저씨가 있는 힘껏 힘을 주어 택배 상자를 주인공 집 앞으로 밀어 버린다. 그리고는 “택배요”를 외치고 가버린다. 주인공 현동은 현관문 아래에 있는 택배 상자 전용 문을 열고는 복도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택배 상자를 찾는다. 그는 복도에 덩그러니 놓여 져 있는 자신의 택배 상자를 보고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다. 사실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두 세 걸음도 안 되는 거리인데 말이다.
다음 날, 아파트 복도 끝에서 택배 아저씨가 있는 힘껏 힘을 주어 택배 상자를 주인공 집 앞으로 밀어 버린다. 그리고는 “택배요”를 외치고 가버린다. 주인공 현동은 현관문 아래에 있는 택배 상자 전용 문을 열고는 복도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택배 상자를 찾는다. 그는 복도에 덩그러니 놓여 져 있는 자신의 택배 상자를 보고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다. 사실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두 세 걸음도 안 되는 거리인데 말이다.
#2. 히키코모리, 의도치 않게 세상 밖으로...
환한 햇살이 눈부신 오후. 아파트 복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택배와는 대조적으로 주인공의 얼굴은 어둡게 클로즈업 된다. 심장이 뛰는 듯한 배경음악, 침을 꼴깍 삼키며 무언가 굳은 의지를 보이는 현동. 썬캡으로 얼굴을 다 가리고는 크게 심호흡하고 현관의 문고리를 잡는다. 현관문을 열어본다.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다시 닫아 버린다. 준비가 되질 않았다. 다시 연다. 용기를 내 본다. 현동은 행여 문이 닫힐까 엎드린 채 발가락 끝으로 현관문을 간신히 잡고 있다. 몸을 길게 최대한 팔을 뻗어 택배를 잡으려고 하지만 조금씩 나가다 보니 어느새 복도까지 나와 버렸고,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그는 당황함에 문을 열려 하지만 비밀번호는 생각이 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눌러보지만 다시 입력하라는 기계 소리만 나온다. 자신의 집으로부터 차단당한 현동은 맨발로 택배 상자를 들고 아파트 현관 계단을 주뼛거리면서 내려온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지 우스꽝스런 행동으로 뛰어가다가 넘어져 발목을 다친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다가온 경비아저씨는 현동의 썬캡을 올리며 말한다.
▪경비아저씨: 아우 발목을 못 쓰게 되었구만.
▪현동: (경비아저씨의 시선을 회피하며 발목과 발을 만진다) .....
▪경비아저씨: 파스가 저기 있으니까 좀만 기다려봐.
▪현동: (옆에 있던 택배 상자를 안고 일어나 저 멀리로 뒤뚱뒤뚱 뛰어간다)
▪경비아저씨: 어이 총각! 어이 이거 안가져가나? (자신의 손에 있는 썬캡 모자를 바라본다)
설상가상 비까지 내린다.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점퍼에 달려 있는 모자를 눌러 쓰고 택배 상자를 꼭 안은 채, 여전히 뛰어가고 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문방구 앞. 문방구 집 딸 여학생은 현동을 보고 택배를 훔치는 도둑으로 오해한다. 빼앗으려 하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 하는 자의 치열한 몸싸움이 이어진다. 어떻게든 여학생과 눈을 마주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며 택배 박스를 사수하려는 주인공. 그러나 이내 빼앗기고 만다.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발을 만지며 아파하는 현동이 옆으로 택배 아저씨가 문방구 안으로 들어가 “택배요”를 외친다. 죄송하다며 현동의 택배 상자를 들고 나오는 여학생은 다시 들어가 샌들을 가지고 나온다.
▪여학생: (슬리퍼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이거라도 신어요. 안 그러면 거지같아 보이니깐. 어서요. 빨리...
▪현동: (슬리퍼를 쓰윽 쳐다보고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고 싶은 것처럼 중얼거리기만 한다) ....
#3, 과거의 상처로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나!
장면이 바뀌고 현동은 슬리퍼를 신은 채 뛰지 않고, 걸어간다. 그는 샌들을 신은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면서 웃고 있다. 그런데 저 앞에서 아이 둘이 한 아이가 들고 있던 건담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현동은 그 장면을 보고 도와줄까 하며 멈칫하다가 이내 돌아 선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의 아픈 상처를 떠올린다. 자신도 학창시절에 친구들에게 폭력과 괴롭힘을 당한 것이다. 현재와 과거의 장면이 교차되면서 그는 괴로워한다. 원하지 않았지만 집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그는 낯선 길에서 사람들의 따스한 온기를 느끼다가 결국 자신의 아픈 과거의 상처까지 직면하는 된 것이다. 누군가가 와서 아이들의 싸움을 말렸다. 현동은 괴롭힘을 당했던 아이에게 다가간다. 둘은 바닥에 앉아 건담을 조립한다.
▪현동: (조립된 건담을 들고) 다,다, 다. 다음엔.... 절대 뺏기지마.
▪아이: (환한 웃음) ^^
드디어 열쇠 집에 도착하였지만 문은 굳게 잠겨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이렇게 힘들게 왔는데 또다시 기다려야 한다. 현동은 열쇠 집 문에 놓여있는 평상에 앉아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다. 출장을 갔다가 돌아온 아저씨가 그를 본다.
▪열쇠 집 아저씨: 어이 아저씨. 남의 가게 앞에서 뭐합니까? 가요!
▪현동: (한참을 뜸을 들인다) 아... 아저씨.
그는 열쇠 집 아저씨의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간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바깥 공기도 먹어보고, 운전하는 열쇠 아저씨의 등에 기대어도 본다.
❙ 과거의 트라우마: 학교폭력의 상처
현동은 과거의 상처로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그는 집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을 만큼 힘들어하였지만 의도치 않게 세상 밖으로 떠밀려 나오게 된다. 열쇠 집으로 뛰어가다가 다친 발목을 보며 파스를 가져오겠다는 경비아저씨, 신발을 신지 않은 그에게 슬리퍼를 준 문방구 집 여학생, 자신의 과거처럼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어린 아이를 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직면한다.
주인공은 과거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받았던 폭력으로 인해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과거의 사건에 압도당하여 벗어나지 못하고, 그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등지고 살아간 것이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 시기에 학교폭력의 피해를 받는다면 정신적 외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청소년기는 집단관계 의식을 통하여 육체적 성숙과 심리적, 경제적 독립을 추구함에 따라 생기는 불안에 대한 정서적 안정을 찾는다. 즉 청소년은 집단 관계 속에서 사회적응 기술과 행동을 배우며 정서적 유대감을 갖는다(발달심리학 P297). 집단관계 속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받아야 되는 시기에 자신이 속한 집단 안에서 또래에게 폭력을 당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 시기인 청소년의 심리를 더욱 가중시키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부모나 교사, 또는 아이 스스로도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약이라고 한다. ‘그냥 좀만 참아보자’, ‘괜찮아 넌 견뎌낼 수 있어’ 라면서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다. 부모는 학교 폭력이라는 부정적인 경험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이 자녀의 마음을 또다시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며 아이의 눈치만 보고 겉으로 티가 나지 않으면 묻어두려고만 한다. 부모는 자녀를 걱정하고 자녀는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고통을 억누르며 살아간다. 이렇게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지 못하고 만성으로 넘어갈 경우 생기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스스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 지속되는 우울감, 죄책감, 절망감, 무가치감, 수면 및 식욕 이상은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비롯해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문을 닫아 버리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자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학교폭력 예방과 치료를 위해 설립된 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지난 2018년 진행한 전국학교폭력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청소년 6명 중 1명은 학교폭력을 경험하고, 이중 50%의 아이들이 자살을 생각하며, 그 중 절반의 아이들이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고통스러운 학교폭력 피해 이후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아이들이 38.6%였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주인공이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지 않고 히키코모리가 되어 준 것에 감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임감이 주어지는 청소년부터 젊은 성년의 시기에 히키코모리가 된 사람은 사회로 복귀하지 못한 채 중년이 되기도 한다(은둔형외톨이, 상담학 사전, 2016. 01. 15. 학지사, 김춘경외 4).는 것이다.
❙ 희망
『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의 김재주 작가는 자신만의 방을 탈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였다.
“사실 방을 나오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늘 이기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진지하게 삶을 뒤돌아보고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여태껏 늘 ‘추천받은 삶’만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더라고요. 저는 필사적으로 꿈을 찾았고 엉뚱한 곳에서 꿈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방 안에 있어야 할 이유보다 나가야 할 이유가 커져버린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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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보면서 나는 그가 ‘나가야 하는 이유’와 ‘나가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의 문제를 두고 많은 시간을 고민했을 것이 느껴졌다. 그는 히키코모리가 된 이유가 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사적으로 꿈을 찾았다는 인터뷰를 보면서 꿈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꿈이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다.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희망인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주어진 사람에게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 희망은 심각한 트라우마와 상실과 연관된 무기력과 절망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이다. 비록 치료 목적으로서 대표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지만 희망의 주입은 강력한 치료 활동이다(트라우마 치료의 원칙, p91).
주인공은 택배 상자를 집 안으로 들고 가야 한다는 이유로 집 밖으로 나온다. 그 택배 상자 안에는 바로 자신이 소중히 아끼는 <PG 스크라이크 프리덤 건담>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PG 스크라이크 프리덤 건담을 조립해야 한다는 꿈. 그런데 그 꿈은 집 밖에 있었다. 어쩌다보니 집 밖에 덩그러니 던져진 현동과 택배 상자, 행여나 사람들과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온 몸으로 회피를 하면서도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장면들을 보면서 그의 머릿속에 가득 차있는 희망을 보았다. 그에게 있어 열쇠 집을 찾아가는 것은 다시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한 꿈이자 희망인 것이다. 하지만 긴 여정을 마치고 그가 다시 자신만의 공간 속으로 들어갔을 때 자신을 궁지로 밀어 넣었고,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냈던 곳. 그래서 두려워 문을 닫아버렸던 세상 밖이지만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곳 또한 세상 밖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주인공도 벌써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세상 밖으로 나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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