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이야기] Blue: 코로나 블루

11월 5일 업데이트됨

색채심리에서 본 BLUE: 상실감과 재생

색채심리 연구가 스에나가 타미오는 그의 저서 ‘마음을 치유하는 칼라 테라피 색채심리’에서 파란색은 엄밀히 말하면 그 명도의 차에 따라 다르지만 ‘상실감’과 ‘재생’의 두 가지 감정을 반영한다고 정의하였다. 작가는 부모를 떠나 홀로 헤쳐 나가야 되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생활을 펼쳐나가고자 하는 해방감과 함께 복잡 미묘한 불안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과 같았고 그럴 때마다 캔버스의 한 면 전체를 파란색으로 가득 칠하면서 자신의 기분을 스스로 위로하였다고 한다.


또한 작가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너무도 깊은 상처와 슬픔으로 인하여 오히려 감정이 무감각해지던 어느 날 피카소의 작품 청색지대의 자화상 속의 파란색을 보고는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아픔이 솟아남을 느꼈다고 한다. 친한 친구의 죽음을 슬퍼한 피카소가 표현한 독특한 파란색은 자신이 가둬 둔 슬픔을 어떤 대답도 없이 반영해 주는 거울이었다고 회상하였다. 1901년부터 1904년까지 피카소의 작품 경향을 이르는 ‘청색시대(Blue Period)’는 그의 20대 초반의 암울한 분위기와 슬픈 감정 표현이 특징이다. 위대한 화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파리에 입성했지만 가난과 질병, 그리고 가장 사랑하던 친구의 자살로 인해 피카소는 삶의 비극을 느끼며 우울해했다. 그 감정을 작품에 고스란히 어둡고, 음울한 청색으로 표현하였던 청색시대는 피카소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탄생된 시기이기도 하다.

우후청천색(雨後晴天色): 비 갠 뒤의 맑은 하늘색

손철주 저서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의 ‘색깔에 담긴 정서 이야기’ 편을 보면 담담한 색조를 즐기는 우리 민족은 청자의 푸른빛을 ‘우후청천색(雨後晴天色)으로 표현하였다. 우후청천색은 ‘비 갠 뒤의 먼 하늘색’, ‘비 갠 뒤의 맑은 하늘색’으로 청명하고 깨끗함이 느껴진다. 한국인의 정서로 보자면 색은 곧 인간의 마음이었다. 푸른 하늘색인 시안(Cyan)은 파랑의 의미가 담긴 그리스어 ‘쿠아노스’에서, 감색인 ‘프러시안 블루’는 색을 발견한 화학자의 나라를 기리기 위해 ‘프로이센’왕국에서 따왔지만, 우리의 색깔 이름은 인간의 마음이 옮겨 비친 우주와 자연에서 얻어왔기 때문에 외국처럼 살풍경(운치가 없고 메마른 풍경)하고 몰인정한 명칭은 찾아볼 수 없다. 벌교에서 전통 염색으로 물들인 쪽빛(하늘을 닮은 푸른빛을 뜻하는 색) 모시 한감을 보고 시인 김지하는 “아 그 모시의 쪽빛을 무어라 표현했으면 좋을까, 한바다였고, 깊고 깊은 가을 하늘이었다. 그것은 차라리 큰 슬픔이었다. 나는 정신을 잃고 보고 또 보곤 했다. 그 빛깔 그 감촉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나는 한 마디 밖에 모른다. 꿈결!” 라고 하였으며 소설가 조정래는 “가슴이 짜르르 울리는 전율과 함께 무언가 깊게 사무치는 감정을 일으키는 그 쪽빛을 무어라 해야 할까. 그건 깊고 깊은 바다에서 금방 건져 올린 색깔이었고, 차고 시려서 더욱 깊고 푸르른 겨울 하늘을 그대로 오려낸 것이었다.” 라고 표현하면서 작가는 쪽빛을 보면서 느끼는 시인과 소설가의 표현이 흥미롭다고 하였다.

코로나19 + BLUE = 코로나 우울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코로나 블루’를 대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로 ‘코로나 우울’을 선정하였다. 블루는 영어권에서 우울과 슬픔을 뜻한다. 파란색이 서양 문화에 처음 등장하게 된 계기는 12세기 경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성모마리아가 청색 옷을 입고 나타나자 청색이 비탄과 애도를 상징하게 된 색으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숭배로 왕들이 먼저 청색 옷을 입었으며 또한 중세 문학에서는 청색 옷을 입은 기사는 용감하고 충성스런 인물로 묘사되어진다. 푸른 깃발은 전쟁에 사용할 수 없는데 이는 하늘을 배경으로 휘날리는 블루의 깃발이 눈에 잘 띠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파랑색이 평화의 색으로 사용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는 2019년 12월 경 중국의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아시아 및 전 세계로 확산된, 새로운 유형의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이 되는데 만약 감염이 된 경우 약 2일에서 14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주 증상으로는 발열, 권태감, 기침, 호흡곤란 및 폐렴 등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한 호흡기감염증이 나타나는데 심한 발열(37.5도) 이나 기침 및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폐렴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무증상 감염 사례 빈도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감염된 환자의 증상에 따라 대증치료(병의 원인을 찾아 없애기 곤란한 상황에서, 겉으로 나타난 병의 증상에 대응하여 처치)가 진행된다. 예를 들어 열이 높을 때에 이마에 얼음주머니를 대거나 해열제를 써서 열을 내리게 한다거나, 수액을 보충하는 등의 보존적 치료로 진행된다.


요즘 신문이나 TV와 같은 대중매체에서 ‘코로나 블루’에 대한 관련 기사가 많다. ‘코로나 블루’란 신체적 건강을 해치는 코로나19(감염증)와 블루(blue, 우울한 기분)'가 합쳐진, 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신조어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태가 장기화로 접어들게 되고, 우리의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여행이나 모임 등 일상생활에서 누렸던 자유롭던 생활에 제약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외출이나 사회활동이 줄어들게 되면서 개인의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못한 채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생기는 현상을 코로나 블루의 증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 증상을 겪고 있다. 감염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을 느끼고 되고, 지나친 불안은 점점 긴장에 반응하는 교감신경계가 과활성화 되면서 결국은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국어사전에서 ‘파란색’은 맑은 가을 하늘과 같이 밝고 선명한 푸른색이라고 정의한다. 살면서 매일 매일이 맑은 가을하늘과 같이 밝고 선명한 날만 지속된다면 좋겠지만, 어떤 날은 괜히 우울하고 불안해하거나 삶의 의욕이 없어진 것 같고 어떤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서 무기력해지는 날도 있을 수 있다.

또 어떤 날은 슬픈 감정이 남들보다 더 심할 수도 있고, 더 오랜 기간 동안 힘들기도 하며, 사소한 일로도 우울해지거나 또는 아무 이유 없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우리는 슬픈 일을 당하면 울고 싶어지고, 기쁜 일이 생기면 즐거워하듯 다양한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면서 외로움, 절망, 고립을 느끼게 한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해치는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 112 신고센터에 접수된 자살 신고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170건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 고의적 자해로 인한 병원진료 건수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35.9%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인간은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존재라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색채심리 연구가 스에나가 타미오가 블루를 ‘상실감’과 ‘재생’으로 보았듯이 소소한 일상을 잃은 ‘상실감’을 넘어 평범하고 소소했던 지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긍정적인 활동에 집중해 본다. 그리고 새로운 탄생을 위한 ‘재생’으로 현실에 감사하면서 다시 새롭게 일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혼자의 힘으로 이겨내기 힘든 상황이라면 주위의 사람들에게 반드시 도움을 청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참고문헌]

▪ 마음을 치유하는 컬러테라피 색채심리/ 스에나가 타미오 지음, 예경2008

▪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손철주 지음, 생각의 나무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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